1. 평범한 하루가 뒤틀리는 순간(스토리)
*골든슬럼버*를 처음 봤을 때, 이 영화가 이렇게 내 마음을 뒤흔들 줄은 몰랐다. 원작은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인데, 2010년에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이 영화로 만들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이야기의 시작은 평범 그 자체다. 아오야기라는 배달부가 낚시를 하러 나왔다가 옛 친구 모리타를 만난다. 그런데 갑자기 근처에서 총리가 암살되고, 어쩌다 보니 아오야기가 그 범인으로 지목된다. 이게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 치밀하게 짠 덫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그는 경찰과 미디어를 피해 도망치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할리우드 영화처럼 거대한 액션이 펼쳐질 것 같지만, *골든슬럼버*는 좀 다르다. 일본 특유의 잔잔한 감성이 묻어나면서도 숨 막히는 긴장감이 공존한다. 아오야기가 과거에 아이돌을 구해 화제가 됐던 이야기가 다시 떠오르며 그의 처지가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영화는 추격 장면 사이사이에 친구와의 추억이나 가족과의 소소한 순간을 넣어서, 그냥 도망치는 이야기가 아니라 뭔가 더 깊은 울림을 준다. 특히 미디어가 진실을 왜곡하고 사람들이 그걸 그대로 믿어버리는 모습은 요즘 세상과 맞닿아 있어 섬뜩하다. 아오야기는 목숨을 걸고 도망치면서도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고 애쓴다. 그 모습이 단순히 스릴을 위한 게 아니라, 사람과의 연결고리를 지키려는 절박함으로 다가왔다.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흔한 스릴러와는 다른, 일본 영화만의 특별한 맛을 느끼게 해줬다.
2.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들(캐릭터)
*골든슬럼버*를 보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캐릭터들이다. 주인공 아오야기를 연기한 사카이 마사토는 정말 대단하다. 평범한 배달부인데도 어딘가 단단한 구석이 느껴지는 인물로 만들어냈다. 당황할 때는 어색하게 웃고, 위급한 순간에도 사람 냄새를 잃지 않는 모습이 마음에 박혔다. 과장 없는 연기가 오히려 더 진짜 같아서, 그의 도주를 응원하게 됐다. 주변 인물들도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옛 연인 하루코(타케우치 유코)는 말이 많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아오야기와의 끈끈한 감정을 전해준다. 두 사람의 과거 장면은 영화에 따뜻한 숨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기묘한 매력의 연쇄살인마(오모리 나오)는 무섭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 묘한 존재감으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한다. 아오야기의 아버지(이토 시로)가 TV를 통해 아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장면은 짧지만 강렬해서 웃다가도 뭉클해졌다. 록빌리 스타일의 배달부나 괴짜 노인 갱스터 같은 조연들도 그냥 지나가는 인물이 아니라, 각자 개성과 사연을 품고 있다. 이들이 아오야기를 돕는 과정에서 단순한 도움 이상의 의미가 생긴다. 나카무라 감독은 이런 인물들을 잘 버무려서, 스릴러인데도 사람 사는 이야기가 됐다. 배우들끼리 주고받는 호흡도 좋아서,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이런 점들이 *골든슬럼버*를 단순한 장르 영화가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3. 숨 가쁘고 따뜻한 연출의 매직(연출)
*골든슬럼버*를 보면서 연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139분이 길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한 번도 지루하지 않았다. 아오야기가 암살범으로 몰려 도망치는 긴박한 장면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드론이 쫓아오고 경찰이 포위하는 순간은 할리우드 못지않다. 하지만 나카무라 감독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추억의 장면이나 일상적인 순간을 끼워 넣어서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했다. 불꽃놀이 장면, 비틀스의 ‘Golden Slumber’ 노래, 어린 시절 붙이던 별 스티커 같은 것들이 계속 나와 과거와 현재를 이어준다. 이런 터치가 영화를 따뜻하게 만들면서도, 단순한 스릴러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미디어가 과장해서 보도하고 사람들이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장면은 요즘 세상을 떠올리게 해서 씁쓸했다. 특히 아버지가 TV로 “도망쳐!”라고 외치는 부분은 웃기면서도 애틋해서 가슴이 찡했다. 감독은 긴박한 장면과 느린 감성 장면을 오가며 리듬을 잘 잡았다. 비틀스의 음악은 영화 분위기를 더 감성적으로 만들었고, 편집도 추격과 회상을 넘나들며 몰입을 놓치지 않게 했다. 이 연출 덕분에 영화가 끝난 후에도 아오야기의 도주와 그 뒤에 숨은 우정, 삶의 의미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골든슬럼버*는 숨 가쁜 스릴과 마음을 적시는 따뜻함을 동시에 주면서, 나에게 일본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해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