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립션
전역한 지 20년이 지나고 나서 넷플릭스 드라마 DP를 보게 되었다. 한국 군대의 어두운 현실을 날카롭게 파헤친 이 드라마는 사실적인 묘사와 군대 내에서의 역설적인 상황 설정이 기대 이상의 흡입력을 갖추고 있는 드라마 였다. 20년 전 군대를 경험했던 사람으로서 DP가 얼마나 현실적인지,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군대는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비교하며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DP가 전역자들에게 주는 의미와 감동적인 요소까지 깊이 있게 분석해 보려 한다.
1. DP의 현실성, 20년 전 군대와 비교하면?
DP는 탈영병을 쫓는 군무이탈 체포조(Deserter Pursuit, DP)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드라마 속 군대는 최근의 모습이지만 기본적인 문화나 분위기는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느꼈다.
2000년대 초반의 군대는 그 보다 이전에 전역하신 분들 보다야 많이 나아졌지만 지금보다 훨씬 폐쇄적이고 강압적인 공간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선임들의 가혹행위는 여전히 암묵적으로 용인되었고 그것을 견디는 것이 곧 군 생활이라고 여겨졌다. 상급자의 부당한 명령에도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했으며 군기 유지라는 명목 아래 폭력적인 문화가 존재했다. 탈영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었으며, 설령 탈영병이 생긴다고 해도 내부에서 조용히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DP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군대 내 폭력과 가혹행위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20년 전과 비교해 휴대폰 사용이 가능해지고 신고 시스템이 강화되었으며, 부조리를 고발할 수 있는 통로가 생겼지만 여전히 군대 내 위계질서와 강압적인 문화는 남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DP에서 탈영을 결심하는 병사들의 사연을 보면 단순히 군대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가정 문제, 경제적 어려움, 정신적 고통 등이 주요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20년 전에도 탈영병들은 비슷한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만 당시에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과 달리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부족했으며, 탈영병은 단순히 군기를 어긴 범죄자로 여겨졌다. 드라마 속 DP는 탈영병 한 명 한 명의 사연을 깊이 이해하려 하지만 실제 군대에서는 그런 접근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DP 시즌2에서는 최근 군대의 변화도 반영되었다. 병사들의 휴대폰 사용이 허용되고, 부조리 신고 시스템이 강화되었으며,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문화가 조금씩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군대 특유의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문화는 여전히 남아 있으며, 개인이 조직보다 우선될 수 없다는 사고방식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DP가 그리는 군대는 20년 전과 비교해 일부 변화가 있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현실적이었다.
2. 전역자가 본 DP의 몰입 포인트: 왜 이토록 리얼한가?
DP는 단순한 군대 고발 드라마가 아니라, 군대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몰입할 수 있었던 부분은 군대의 위계질서와 부조리, 탈영병들의 사연, 그리고 현실적인 군 생활 묘사였다.
군대는 계급 사회다. DP에서 병사들이 부당한 명령을 받아도 거부하지 못하고, 상급자의 눈치를 보며 행동하는 모습은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상명하복이라는 군대의 특성상, 개인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으며, 군기가 곧 절대적인 규칙으로 작용한다. 드라마 속에서 후임들이 선임들의 눈치를 보며 불합리한 상황을 참아내는 장면은 과거 군 생활을 떠올리게 했다.
탈영병들의 사연이 깊이 있게 다뤄진 점도 인상적이었다. DP에서 탈영을 선택한 병사들은 단순히 군대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이미 사회에서 벼랑 끝에 몰려 있었기 때문에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경우가 많았다. 가정 폭력 피해자가 군대에서도 괴롭힘을 당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는 장면이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군대에서도 심리적 압박을 받는 병사의 이야기, 그리고 상급자의 부당한 명령과 지속적인 괴롭힘 속에서 도망칠 수밖에 없는 병사의 사례들은 단순한 창작이 아니라, 실제로 군대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이다.
드라마 속 군 생활 묘사는 놀라울 정도로 현실적이었다. PX에서 과자를 사 먹으며 잠시나마 위안을 얻는 장면, 선임에게 눈치를 보며 밥을 먹는 모습, 점호 시간에 느껴지는 긴장감과 불안감까지, DP는 군대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로 가득 차 있었다.
3. DP가 주는 메시지와 여운
DP를 보고 난 후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군대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군대 내 부조리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며 심각한 문제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물론 여러가지 군 내부 시스템 적인 요소들로 많은 개선을 이루어 냈으리라 생각되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 그 어떤 곳도 이와 같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사실적인 에피소드로 구성되었으며 군필자들이 보았을 때 여러가지 극적인 요소와 분위기를 느끼며 많은 공감대를 이끌어낸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과거에는 탈영병이 단순히 도망자로 인식되었지만 DP는 그들이 처한 상황을 세밀하게 조명하며 그들의 선택을 이해하도록 만든다. 군대가 아니라 사회에서부터 소외되고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이 결국 군대에서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려낸 점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이러한 암울한 현실에 처한 사람을 탈영이란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사람이다. 사회에서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던 몇몇 사람들은 군대라는 테두리 안에서 계급사회를 처음 체험하게 되고 이러한 환경은 사회에서 여러가지 시선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잠겨있던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 나는 관심병사가 관리되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이러한 폭력을 행사하는 소수의 몇몇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DP를 보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과거의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때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답답함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하지만 DP는 군내부 현실을 그저 고발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군대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네가 겪었던 일들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위로를 건넨다.
결론: DP는 우리가 경험하거나 경험하지 않았던 어두운 군생활의 모습이다.
전역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DP를 보면서 군대의 현실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일부 변화는 있었지만 여전히 군대 내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고 존재한다는 것이 놀랍지도 않은 사실이다. DP는 군대라는 조직이 가진 문제를 사회적으로 재조명하고 탈영병이라는 소재를 통해 군대 내에서 뿐만 아니라 환경만 조성되면 이 사회에서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어두운 인간관계를 보여준다.